CHEOUNG MAA

Biography

KO/EN

The Origin

- 순환의 빛, 균형의 에너지

청마 작가는 ‘근원의 빛’을 통해 세계의 원형을 탐구한다. 빛을 에너지로 전환하는 작업들은 “불균형 시대, 균형을 찾는 그림”으로 현실을 충실하고 행복하게 만든다. 그림 속 근원의 빛을 보면, 관람객은 순식간에 중앙의 홀(hall)에 빠져드는 느낌을 받게 되는데, 이는 “나는 누구인가”를 깨닫는 각성상태의 에너지와 만나는 과정이다. 동아시아 우주의 원리를 천원지방(天員地方;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에서 찾는다면, 캔버스는 땅이고 작품 속 둥근 세계는 균형을 통해 진정한 내면으로 가는 길이다.

쉽게 말해 현실로부터 이상세계로 가는 문(門)일 수도, 내연으로부터 외연으로 나아가는 창(窓)일 수도 있다. 작가의 호가 청마(靑馬)인 까닭도 “세상을 귀하고 푸르게 뛰라”는 교훈적 의미를 담았다. 동양에서 청색(靑色)은 하늘의 색을 담은 청자(靑瓷) 혹은 옥(玉) 등을 의미하는 하늘의 색이다. 그래서일까. 작가의 그림을 보면 ‘자신을 귀하게 여기라’는 긍정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작가는 인도 남부 타밀나두주(Tamil Nadu) 지역의 첸나이(Chennai)·폰티체리(Ponticherry)·오르빌(Auroville) 등에 거주하면서 대자연의 색을 화폭에 담고자 노력했다. 특히 티루반나말라이(Thiruvannamalai)의 아루나찰라(Arunachala) 산은 나무와 숲으로 펼쳐진 황금색 대지와 지평선에 맞닿은 청명한 하늘의 조화 속에서 변화무쌍한 자연의 변화를 형형색색 드러낸 곳이다.

청마 작가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대자연의 색을 빛의 에너지로 전환하면서 중앙의 마띠에르를 독특한 작가만의 방식으로 돌출시키는 조형성을 선보인다. 이는 보이는 것(현실 혹은 일상)과 보이지 않는 것(내면)을 연결하는 하나의 통로가 되는데, 핑거페인팅을 활용한 빛의 질감은 ‘색의 스펙트럼’과 만나 무한히 뻗어가는 기운생동(氣韻生動)의 에너지를 창출한다. 보는 방향에 따라 변화하는 색의 변주는 실제로 보아야만 색의 진짜 쾌감을 느낄 정도로 황홀하다. 최근 해외 미술시장과 국내 영향력 있는 리더들이 청마 작가의 작품을 소장하는 이유가 바로 참된 자신을 발견하기 좋은 ‘균형의 에너지’ 때문이 아닐까 한다.

- 근원에서 발견한 ‘참된 자아’

청마 작가는 근원의 빛을 그리는 이유에 대해 “인간의 내면과 외면, 이상과 현실을 이어주는 따스함 가득한 본질을 추구함으로써, 내 안의 나를 만나기 위함”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작가는 극한의 고통에 직면했을 때, 세계 곳곳의 수행처를 찾아 깨달음의 방법을 탐구했다. 작품 중앙의 꼭지 부분은 인도 여행시 발견한 ‘차크라(Chakra)’의 깨달음에서 힌트를 얻었다. 차크라는 산스크리트어로 원 또는 바퀴를 의미한다. 많은 철학 시스템과 종교 계율들은 인간의 육체와 정신을 하나로 연결하는 에너지의 이론을 차크라의 형상으로 도상화 하였다.

하지만 작가는 각성의 원리를 종교와 과학이 아닌 현실 속 예술 언어에서 찾는다. 참된 자아를 탐구해 자신의 내면을 확장 시키는 과정은 양자물리학조차 빛에서 시작한다는 진실과도 통한다. ‘생각이 현실을 만든다’라는 신념은 원자보다 더 작은 세계인 양자(퀀텀) 세계로 들어가면 종국에는 빛이 발견되며, 위대한 종교와 과학 역시 빛의 근원 속에서 자아를 발견하게 된다는 깨달음과 같다.

인도의 성자 라마나 마하리쉬 (Ramana Maharshi, 1879~1950)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통해 현실의 욕망(가짜 자신)에서 벗어나 ‘참나(진정한 자아탐구)’를 찾는 것만이 깨달음에 이르는 최고의 길임을 알려주었다. 다양한 층위의 깨달음은 불교의 변상도(變相圖; 진리내용의 종교화) 혹은 다중우주(Multiverse) 이론을 통해 동서고금의 질문이 되어 왔다. 작가의 그림은 우리가 탐구할 수 있는 우주의 확장, 혹은 경계 너머의 질문들까지 끌어안는다.

현재 우리가 경험하는 우주(삶) 외에 또 다른 우주가 존재한다는 시각은 크리스토퍼 놀란(Christopher Nolan) 감독의 연출(테넷 혹은 인터스텔라 등)에서도 흔히 등장하는 가설이다. “분열된 주체를 분절된 세계 속에서 어떻게 조응시킬 것인가”에 대한 질문들, 청마 작가는 현실주의에 근간을 둔 깨달음의 방식을 다양한 색채 미감을 통해 완성한다. 다양한 경험들 속에서 현실을 충실히 목도하고 작품 속에서 에너지를 얻어 “참된 나를 발견하라”는 깨달음이다.

- 삶을 긍정하게 하는 ‘빛의 싱귤레리티(Singularity)’

종교와 과학을 넘어선 작가의 아이디어는 고갱의 가장 위대한 작품이라 불리는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Where Do We Come From? What Are We? Where Are We Going?)>를 생각나게 한다.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갈 것인가? 고갱이 가장 힘들었던 시기 인간 존재의 근원을 밝히고자 했다면, 청마 작가는 이를 역전시켜 우리의 ‘과거-현재-미래’를 ‘자신이 정의하는 바’ 대로 긍정하게 만든다. 우리의 삶을 온전한 행복으로 받아들이라는 작가의 세계관 속에서 우리는 현재 삶의 다양한 가능성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작가는 이를 위해 손에 물감을 묻혀서 찍는 자신만의 개성화 기법인 ‘지두점묘(指頭點描)’를 창안했다. 관념화된 태토(胎土)의 추상 충동 기법인 빗살무늬 토기의 에너지와 같이, 빛이 뻗어나가는 에너지를 손의 에너지로 구현하는 것이다. 빗살을 긁어내는 기법은 뾰족하게 만든 작가만의 도구로 음각한다. 마티에르를 레이어로 쌓아 양의 에너지를 만들고, 파들어 가면서 음의 에너지로 균형을 만든다.

기법 역시 균형과 조화를 향해가는 작가만의 수행과정이다. 촛불 하나를 켜두고 정신을 집중하듯이, 물감들을 모아서 ‘내면과 외면의 연결하는 가교로서의 지점’을 향해 순환하는 빛의 에너지를 연결하는 작업이다. 정신을 모으는 초집중 행위 속에서 작가는 무아(無我)에 빠지는데, 이를 통해 명상의 에너지를 창출한다.

청마 작가는 운명처럼 빛의 근원과 순환 논리 속에서 삶의 목적을 찾는다. 빛을 실마리로 삼은 현대 물리학의 두 축인 상대성이론, 양자역학이 어떤 공식 없이 작품 안에 녹아든 것도 같은 원리이다. 그런데 왜 빛일까? 작가의 작품 안에서 절대적인 시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이를 보는 관람객들은 모두 서로 다른 시간을 살아간다. 질량을 가진 모든 물체는 주위의 공간을 휘게 만들고, 빛은 그 휘어진 공간 속에서 자신만의 의미를 찾는다.

우리가 경험하는 에너지의 순환 논리를 작품으로 표현하면서 신체와 영혼의 정서적 에너지를 명상적으로 발견하는 ‘예술의 만다라’를 구성하는 것이다. 현실에서 벗어나 또 다른 세계로 마음을 확장하다 보면, 보이지 않는 내면이 열리고 참된 나를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명상 체험을 예술로 승화하는 과정은 땅에 발을 딛고 선 아티스트의 삶이자 근원의 빛을 찾는 여정이라고 할 수 있다.

AHJ (미술평론가, 예술철학박사)

note.

인간 본질에 존재하는 것이 빛이라는 생각으로 작품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우리의 근원에 존재하는 빛을 추상적인 개념보다, 현실에서 마주할 수 있는 빛의 개념과 성질로 표현해 누구나 편안하게 내면을 들여다보고 공감할 수 있게 하려 합니다. 그렇기에 가장 단순하면서도 포괄적인 원형의 빛 형태로 작품을 그려내며, 근원이라는 것의 단순성을 나타냄과 동시에 무한히 뻗어 나갈 수 있는 성질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작품 활동의 근간이 되는 두 가지 주제가 바로 ‘인간 존재에 대한 탐구’와 ‘근원에 존재하는 빛에 대한 탐구’입니다. 강렬하게 뇌리에 자리잡은 어린 시절의 기억, 즉 빛의 색에 대한 궁금증이 바탕이 되어 빛을 그리고자, 빛의 근원을 찾고자 떠난 여행에서 만다라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빛과 모든 것의 근원을 그려낸다는 만다라를 배우며 빛에 대한 고찰도 인간의 본질에 대한 탐구와 함께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결국 현실을 살아가는 존재인 인간이기에 인간 자체에 대한 근원적 고찰이 필수적이라 느꼈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인간 내면에 대한 탐구와 빛의 본질에 대한 탐구는 한 쪽에 대한 탐구로 말미암아 다른 쪽에 대한 궁금증 역시 불러일으키게 됩니다. 그렇기에 인간이 내던져진 현실 세계와 그 속의 인간을 넘어서, 물질 이전의 모든 것의 근원이 되는 이상 세계의 본질을 함께 고민하며, 두 세계의 공존을 빛으로서 그려내고자 합니다.

현실을 살아가는 인간의 내면에 자리잡은 빛이 바로 이상 세계(영적인 세계)의 본질로서 자리하는 빛과 동일한 성질을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이상 세계의 근원이자 동시에 현실 세계와 이상 세계를 연결하는 통로로서 빛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현실 세계와 이상 세계는 다시 말하면, 인간의 육체와 내면의 영혼이라는 층위에서 표현할 수 있습니다. 내면과 외면, 육체와 영혼, 현실과 영성, 두 극단의 연결을 통해서 인간은 그토록 갈구하던 만물의 이치와 근원에 닿을 수 있고 비로소 그 실존적인 공허감을 채울 수 있게 됩니다.

현재는 이 두 주제의 강한 연결고리들을 찾아가며, 실재와 유리되지 않고 함께하는 근원(이상)에 대한 탐구를 이어 나가는 중입니다. 인간의 본질에는 빛이 존재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기에, 근원에 대한 탐구를 꾸준히 이어 나가고 있습니다. 다만, 자칫 지나친 형이상학으로 치우칠 수 있는 빛과 그 근원에 대한 고찰을 하며 ‘현실을 살아가는 존재로서의 인간’과 그 본질이라는 점을 그 근간에 두어 허공에 떠다니는 메시지가 되지 않게 하고자 합니다.